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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어머니 간 떼내주려…36세 아들 6주 15kg 감량



<간암 어머니 간 떼내주려…36세 아들 6주 15kg 감량>

“어머니께 제 간을 드리는 데 문제가 없겠지요?”

 “어렵겠습니다. 지방간 중증입니다.”

 지난 6월 말 서울강남성모병원 검사실. 의사로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를 전해 들은 이동섭(36)씨는 맥이 풀렸다. 수원성빈센트병원의 비뇨기과 펠로(임상강사) 1년차인 이씨의 어머니 윤병숙(63)씨는 일주일 전 이 병원에서 간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퍼져 제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항암치료를 받는다 해도 2~3년 생명을 연장할 뿐이었다. 방법은 하나, 간이식이었다. 이씨는 누나·여동생과 상의한 끝에 바로 자신의 간을 떼어 드리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간이식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검사에서 지방간이 나와 ‘수술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키 1m75㎝에 몸무게 90kg. 먹는 걸 좋아하고 특히 술을 즐겨 마신 게 문제가 됐다.

 “다만 반 년 이상 살을 빼고 관리하면 그땐 수술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6개월 후 어머니의 암세포가 어디까지 전이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이씨는 바로 피나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술부터 끊고 라면·피자·과자 같은 ‘고칼로리’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일주일에 최소 네 번은 퇴근 후 동네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트레이너가 짜준 식단도 활용했다.

 2년 전 결혼한 아내 이윤진(31)씨는 매일 병원에 출근하는 그에게 다이어트용 도시락을 챙겨 주며 응원했다. 점심은 주로 고구마와 과일, 저녁은 닭가슴살과 채소 위주였다. 이씨는 매일 먹은 음식과 감량한 체중 등을 담은 ‘다이어트 일기’까지 쓰면서 자신을 다독였다. 한 달 만에 10㎏을 감량한 그는 6주 만에 총 15㎏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가족도, 의사도 깜짝 놀랐다. 이후 실시한 재검사에서 당당히 ‘수술 가능’ 판정을 받았다. 20일로 간이식 수술 날짜도 잡혔다. 이씨는 “어머니를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짧은 기간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96년 부산대 의대에 입학한 직후 아버지가 하던 신발 사업에 위기가 왔다. 이듬해 외환위기가 터졌고, 끝내 부도가 났다. 수입이 끊기자 어머니 윤씨는 보험 판매원 일을 하며 1남2녀를 뒷바라지했다. 2002년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이씨는 군의관을 마친 2006년 수원성빈세트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제가 이만큼 된 건 모두 부모님 덕분이에요. 그럼에도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죠.”

이씨는 자신의 간 70%를 윤씨에게 떼어 주게 된다. 30%가 남은 간은 한 달에 20%씩 자라 3개월이 지나면 원래 간 크기의 80~90%까지 자란다고 한다. “앞으로 의사로서 해야 할 일도 많은데 ‘혹시 수술 이후 몸이 약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어요. 하지만 어머니가 제 간을 받고 완치만 된다면 그런 것들은 다 보상될 거예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어머니 윤씨는 최소 10년은 건강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한다. 윤씨는 “아무리 자식이라고 이런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었겠느냐”며 “아들에게 너무 고맙고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